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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글쓰기 챌린지

죽음

by Lunethan 2022. 7. 23.

부모님 집에는 15살의 망치라는 이름의 푸들이 있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는 주먹만한 아기였는데, 사료와 고구마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더니 어느새 10킬로를 넘는 중형견이 돼있었다. 내가 소파에 누울 때마다 배 위에 올라와서 잠들고, 고구마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자기도 한입 하겠다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었던 평범한 강아지였다. 그러던 망치가 3년 전부터 당뇨병이 생기고, 백내장이 와서 앞을 보지 못하게 됐다. 매일 인슐린 주사를 두 번씩 맞아야 하고 적응되지 않은 깜깜함에 자꾸 여기저기 머리를 박고 다녔다. 다행히도 다른 감각이 좋은 개라서 그런지 금방 집안 구조에 적응해서 부딪치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오늘 집에 오랜만에 다녀왔는데, 항상 집에 갈 때마다 먼저 나와서 날 반겨주던 망치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둘러봤는데 망치의 집이 그대로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망치가 최근 일주일 동안 기운이 무척 없어져서 주로 거실 구석에 있는 망치 집에만 있는다는 것이었다. 망치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망치 집에 얼굴을 넣어 인사를 하니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와서 반겨주었다. 살도 많이 빠지고 몸에 기운이 많이 없어 보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개들은 죽기 전에 사람이 보지 않는 구석으로 가서 조용하게 죽는다던데 망치도 구석진 집에만 있는 게 혹시 그래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망치가 죽으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주인이 죽을 때 먼저 하늘나라에 간 반려견이 무지개다리에서 주인을 기다린다는 얘기다. 얼마나 사람들이 마음이 아팠기에 이런 상상을 했을지 공감이 간다. 망치가 전에도 기운이 없었다가 다시 회복됐던 적도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금방 다시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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