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태까지 생각을 잘 안 했던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4년 전 신입사원으로 막 일을 시작했을 때는 기구설계 직무로 시작해서, 지금처럼 프로그래밍을 주로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2년 차에 팀 이동이 있으면서 개발할 인원이 필요하게 되어 개발을 맡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프로그래밍 쪽에 더 관심이 있었어서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직무 전환이 되다 보니 앞으로도 쭉 개발 업무를 할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맡은 일만 하며 시간이 지나 어느덧 개발 업무를 한지 만 3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개발이 앞으로의 저의 무기이자 밥벌이 수단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30년을 개발자로 살아오신 박종천 님의 '개발자로 살아남기'에 의하면 개발자가 갖춰야 할 역량은 크게 9가지로 나누어집니다. 30년 커리어 패스를 기준으로 10년마다 갖춰야 할 역량을 3가지씩 나누었는데, 제가 속한 영역인 첫 10년 차에서 갖추어야 할 역량은 바로 '엔지니어링 역량'입니다. 이는 개발에 대한 기본 지식, 제품에 대한 이해, 개발 주기 지식으로 나누어지는데, 저는 여태까지 제가 갖춰야 할 역량이 개발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좁은 시야를 갖고 있던 것이지요.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은 물론이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전체 개발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는 개발 주기에 대한 지식 또한 필요합니다. 또한 모든 과정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Critical Thinking'을 통해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주어진 일만 한다면 '숙련도'는 올라갈지언정 '경험'과 '지식'의 성장이 매우 더뎌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컴퓨터과학 전공자도 아니고, 도메인 지식이 많이 있는 편도 아니며, 부지런하지도 않은 개발자입니다. 저를 개발자라고 칭해도 되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나는 개발자가 아니니까 이 정도까지만 해도 돼'라는 생각 속에 갇혀있다면 평생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는 제 커리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개발자가 돼야 할지를 고민해야겠습니다. 어디 가서도 당당하게 저를 개발자라고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해서 성장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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