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안다고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더 못 가르칠 수도 있다. 본인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이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정역학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A는 B가 기본 물리학에 대해 알 것이라고 넘겨짚을 수 있다. 왜냐하면 A에게 물리학은 정말 기본적인 거고 덧셈 뺄셈처럼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B는 기본 물리학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고 따라서 A의 설명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를 '지식의 저주'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정보를 다른 사람이 알 것이라고 판단해서 정보의 불균형에서 나오는 일종의 '인지 왜곡' 현상이다.
얼마 전 아두이노 입문자 키트를 구매했다. 아두이노는 모터, LED 및 다양한 센서들을 조작할 수 있는 소형 마이크로 컨트롤러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지만, 실제 스마트 농장 구축 등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활용성이 다양하다. 이를 통해서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가르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대학 시절 졸업 과제에 아두이노를 활용한 기기를 제출했어서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쉽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두이노를 가르치기 이전에 회로를 구성하는 방법에서부터 막혔다. 문과생인 아내는 기본 전기 회로 구성 방법을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대학 과정 4년 내내 전기전자 과목을 들어왔고 그로 인해 쌓인 기본 지식 덕에 아두이노에 대해 어렵지 않게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후 천천히 기본부터 알려주려 했지만 너무 많은 이론 때문에 힘겨워했고 나중에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에게도 눈높이에 맞춰서 가르쳐야 하는데 생각보다 가르치는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어렵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쉬울지를 계속 고민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삼 아이들에게 눈높이에 맞추어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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