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 링

몇 년 전 출시했지만 바빠서 하지 못했던 '엘든 링'이라는 게임을 드디어 하게 됐습니다.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만든 게임인데, 이 회사의 게임들은 무척 난이도가 어렵고 유저 친화적이지 않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작으로는 '다크 소울' 시리즈가 있는데, 어두운 분위기와 어려운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만 해서는 아무도 안 할 것 같은 게임이 어떻게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되었을까요?

첫째로는 높은 자유도와 적절한 레벨 디자인입니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은 대부분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게임 진행에 필요한 NPC마저 죽일 수 있어서, 이후 게임 진행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게임 난이도가 어렵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깰 수 있을 것 같은 적절한 난이도이기 때문에 유저의 도전정신을 자극합니다. 덕분에 클리어에 성공한다면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로 싱글 콘솔 게임이지만 다른 유저들과의 간접적인 소통이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바닥에 적혀있는 글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유저들이 적어놓은 것인데, 함정을 미리 경고한다던지, 숨겨진 아이템의 위치를 알려주는 등 게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 떨어지면 죽는 곳에 아이템이 있다고 낚시하는 경우도 있어서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유저들이 게임에 난입해 나를 공격할 수도 있고, 반대로 도와주러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난이도를 더 어렵게 해주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론 재밌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웰메이드 게임을 하는 건 즐겁습니다. 유저의 반응을 세심하게 고려한 디자인 철학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명작 영화들이 관람객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듯,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저들이 직접 캐릭터가 돼서 체험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더 높습니다. 영화나 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 만큼, 게임에도 도박성이 짙은 안 좋은 게임도 있는 반면 좋은 스토리와 철학을 가진 좋은 게임도 많다는 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