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맞아 물놀이가 한창이다. 우리 아파트에도 작은 물놀이 시설이 있는데, 지나가다 보면 많은 아이들이 재밌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그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 뒤에 복잡한 아파트 커뮤니티 관련한 이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슈는 다음과 같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시설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서 인원수를 제한하기 위해서 신청 세대에 한해 세대마다 이용권 팔찌 3장씩을 배분했다. 어느 날 근처 다른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우리 아파트의 사람한테 팔찌를 받아서 우리 아파트에서 물놀이를 즐긴 후기를 올린 사실이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에 공유가 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어차피 팔찌를 각 세대별로 배부받은 건데 어떻게 쓰던지 무슨 상관이냐고 얘기하는 측도 있고, 다른 사람은 우리 아파트 사람도 인원 제한 때문에 다 이용할 수 없는데 외부사람에게 공유가 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하는 측도 있었다.
이런 이슈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옛날에 뉴스에서 봤던 얘기가 떠올랐다. 비싼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그 아파트 놀이터에 놀러온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쫓아냈다는 내용이었는데, 참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생각을 했었다. 비슷한 사건이 우리 아파트에서도 벌어진다는 게 새삼 신기하기도 했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당연하게 아파트 주민이 너무 이기적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외부 인원을 자유롭게 출입하게 한다면 그만큼 아파트 시설 관리비도 늘어날 테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아파트의 시설관리 책임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불이익을 일방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부 아이들이 놀이터에 와서 논다고 시설 관리비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과, 안전 관리는 아파트 입주민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는 외부 인원 출입 유무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실행되어야 된다는 논리를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 생각에는 외부 인원이 출입하게 되면 결국 시설관리비 상승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게 되므로, 입주민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을 비난할 수도 없고, 강제로 외부 인원 출입을 허용하게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외부 인원을 수용하는 결정을 한다면 칭찬해줘야 할 일이지만 그 반대는 될 수가 없다. 배려는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배려를 강요하는 순간 폭력이 돼버린다.
하지만 외부 아이들을 차단하게 된다면 이 결정이 결국 아이들 사이에서의 계층화와 차별을 부를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아파트에 살고, 부모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차를 타는지까지 모두 공유한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급'이 나누어지고 집이 잘 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게 된다. 이렇게 외부 인원을 차단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이 이런 계층화를 더 증폭시키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정말 정책을 짜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다. 개개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일 순위로 두고 정책을 결정하면 후순위로 밀린 가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배척당한 사람들을 최소화하고 최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만이 정답일까?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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