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변호사에 대한 드라마가 화제다. 흥미로운 주제여서 주말에 보게 됐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자폐를 일방적으로 미화해서 소재로 사용한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드라마를 시청 후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주인공은 변호사로서 일을 수행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소통도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다른 중증 자폐 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어려움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의 주인공이 특별한 케이스라는 걸 상기시켜준다. 이를 통해 드라마를 위해 각색한 주인공의 특별한 설정은 극의 흥미도를 올려줌과 동시에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요소라고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는 외국에 비해 지체장애 아동을 키우기가 힘들다.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식이었다. 드라마를 시청하고 실제로 정부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어떤 지원이 되는지를 찾아봤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앙장애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라는 곳에서 개인별 맞춤 지원, 주간 활동 지원, 방과 후 활동 지원, 부모 교육, 권리 구제, 공공 후견, 장애아가족 양육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 홈페이지도 UI 및 자료들이 최신화되어있고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애수당 수급자 수와 예산액이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것을 보아 점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의 인터뷰에 의하면 미국에선 자폐 진단에도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주가 있는 반면, 국내에선 2014년 발달장애 지원법이 생기며 치료비와 교육비에 꾸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내가 한국에서는 외국에 비해 지체장애 아동을 키우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게 했을까? 바로 사회적 인식이다. 외국에서는 장애인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개개인의 의식에 심어져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고 느껴진다. 당장 '노 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만 보더라도 어린아이에 대한 배려조차 줄어들고 있는데, 발달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어떻겠는가? 물론 몰지각하고 이기적인 부모들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업주들의 선택일 수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느껴지게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잘 펼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살아가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제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면, 발달 장애인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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